표현은 침묵보다 아름답다 / 이향아
"과묵한 사람이 좋아요"라고 대답했던 것은 내 사춘기 시절의 취향이었다.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모습에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의지나 매력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매력이라니, 어림도 없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근래에 들어 점차 과묵한 사람이 싫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은 우선 그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쉽게 가까워지지가 않는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고 하였지만 어떤 경우의 침묵이나 늘 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은 녹이 슨 구리가 될 때도 있고, 삭은 막대기가 될 때도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만난 사람일지라도 표정이 있는 사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표정한 표정은 데스마스크와 다를 바가 없다. 그에게서는 인간의 훈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때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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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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