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둥 / 하재열
호수에 떨어진 낙조의 해기둥이 눈부시다. 물을 건너오는 찬바람 맞받으며 옷깃을 여민다. 송림수변공원 세 바퀴 둘레길 걸음에 배어 나온 등의 땀도 이내 잦아지며 선득해진다. 일렁이는 붉은 물결을 멍하니 찡그린 눈으로 바라보는 데 내가 흔들리며 떠내려가는 환각에 빠진다. 그렇다. 지금 모두가 떠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말만 무성하다. 하나같이 입 가리개를 두른 사람들의 종종걸음은 역병의 끈을 떨쳐내려는 몸짓이다. 숙지려나 했는데 추위를 타고 다시 힘을 쓰는 마왕의 기운 같은 그자 앞에 갈 데가 없다. 두문불출이 최상의 길이라 하지만 사람이 어찌 그리 살아내랴. 하여 내가 팔공산 길을 한 바퀴 휘돌아 여기 물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듯이 모두 나름의 마음 풀 길을 찾아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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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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