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놈은 오랜 시간 내 안에 기거했다. 나는 녀석에게 들어와 살라고 말한 적 없다. 진즉에 쫓아내지 못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은 알갱이로 내 팔뚝에 똬리를 틀었던 까닭이다. 어느 날 문득 도드라진 무언가가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내 눈에 띄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눈길조차 피하고 무심한 척 버려두면 물사마귀처럼 사라질 줄 알았다. 녀석은 집세도 안 내고 덥석 들어앉았지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았다. 남의 살에 침범했는데도 통증이란 걸 데리고 있지 않았다. 그만하면 그리 미울 것도 없었다. 병원 가는 일이 죽기보다 귀찮은 맘도 한몫했다. 동거를 허락하기로 했다. 주인의 마음을 읽었으면 녀석도 납작 엎드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눈치도 없이 야금야금 제 몸뚱일 키워갔다. 부랴부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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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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