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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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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後門 / 유혜자 (1)
후문後門 / 유혜자

창경궁 앞을 지나노라니 어떤 부인이 허겁지겁 다가와서는 의과대학 후문을 묻는다. 옛날 약학대학이 있던 동숭동 쪽으로 나가는 문을 알려 주었으나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아 “여보세요?” 하고 불러보니 이미 신호를 따라 반대편으로 건너간 후였다. 아무리 흰 옷이 유행이라지만 여인의 새하얀 한복 뒤태가 쓸쓸해 보여서 대학병원 영안실 쪽의 후문을 물었을 것 같은데, 불러세우기엔 너무 늦었다. 서른은 되었을까. 다시 확인하려고 돌아보며 물어줄까 하고 서 있어봐도 허겁지겁 달려가고만 있다. 나는 20대 초반을 여기서 멀리 않은 원서동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이곳에만 오면 잠시 20대 시절로 되돌아가곤 한다. 내가 다닌 학교는 아니지만 시계탑이 있는 의과대학엘 자주 갔고, 담쟁이덩굴이 덮인 건물을 지나 동숭동 쪽으로..

수필 읽기 2020. 12. 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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