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 최민자
강이 뒤채고 있다. 낮에는 무심한 듯 천연스럽던 강물이 밤이 되자 제법 일렁이며 흐른다. 다 큰 남자의 등줄기 같이 울룩불룩한 근육질을 들썩거리며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도 같다. 강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건 무엇일까. 아픔이나 그리움, 작은 기억마저 증폭시키는 밤의 신묘한 마성 때문일까. 나는 지금 양화나루 선착장에 와 있다. 말이 선착장이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 모양의 휴게소다. 배 안쪽으로 '아리수'라 하는, 예쁜 이름의 한식집이 있다. 내가 앉아 있는 카페의 이층에도 뭔가 하는 양식당이 있다. 여름날 저녁이면 나는 가끔 이 곳에 온다. 커피 맛이 그런 대로 괜찮은 데다 내가 좋아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강바람을 마구마구 쏘이는 게 좋다. 가로등 그림자가 줄줄이 얼비쳐진 강 저편 도로 쪽으로 자동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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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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