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깨 / 노정옥
2020년 흑구 문학상 금상 국도를 택한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열여덟 량 장대열차처럼 도로는 정체만발이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아까울 때가 있을까. 차라리 잠시 쉴 곳을 찾는데 우측으로 트인 길 하나가 눈에 띈다. 순화된 어휘라고 느낌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길어깨란 갓길로 사용되기 전의 낱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더 좋아한다. 어깨란 그 사람의 자존심이 배어 있는 위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당당해 보이려면 어깨를 펴라고들 하지 않는가. 어깨를 내어주는 건 내 힘을 빌려주는 일이고, 어깨에 기대는 것은 상대에게서 안식을 얻는다는 의미일 테다. 그러니 길어깨란 무척 편안하고 정감 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삶에서도 이런 어깨를 만나면 세상은 따뜻한 고향이 된다. 사람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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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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