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되신 아버지 / 강호형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나가다가 혼자 웃을 때가 있다. 두살 아래인 동생이 기저귀를 차고 마당에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가 닭똥을 주워 먹던 일 따위를 떠올릴 때가 그런 경우인데, 이처럼 하찮은 일은 기억을 하면서도 정작 있었을 법한 일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아버지는 나이 삼십이 되어서야 나를 낳았다. 아버지에게는 형님이 두 분 있었지만 큰형님은 딸만 둘을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둘째 형님은 만주를 떠돌면서 소식조차 없던 터라 형님들을 대신하여 부모님을 모시던 아버지로서는 대를 이을 책무까지 다한 셈이었다. 사정이 그러했던 만큼 조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나에 대한 사랑은 내 기억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둘때 고모는 시집을 가서도 내 생각이 나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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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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