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좋은수필 베스트에세이 10선 호랑나비가 우화했다. 생사를 오가는 날개돋이 과정을 거치고서 드디어 세상의 밝은 빛을 보게 되었다. 애벌레 시절의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화려한 날개를 가진 새로운 몸을 얻었다. 나비가 껍질을 벗어던지고 나서 제일 먼저 내지른 고고의 일성은 ‘찍’하고 과거를 털어내는 오줌 한 방울이었다. 그리고는 두어 시간 날개를 말린 다음 드넓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나비는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용화 되었다가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같은 곤충이라도 불완전탈바꿈을 하는 메뚜기나 사마귀들은 어릴 때부터 성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나비는 상상하기 어려운 외양의 변화과정을 거친다. 외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애벌레는 나뭇잎을 갉아먹지만 나비로 변태..
2021 좋은수필 베스트에세이 10선 최우수 매번 낯선 길이다. 여러 겹의 얼굴을 가진 사막 안, 밤새 돌개바람이 별빛을 뿌렸는지 다져놓은 발자국은 노란 모래로 덮여 있다. 꾸역꾸역 마른 바람이 나를 떠민다. 엊그제 살짝 삐끗한 발목이 시큰거린다. 내가 들어가는 곳은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한복판, 사구 위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건물 속이다. 그 속에서 온종일 길을 찾고 먹이를 구하려 서먹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목에 사원증을 걸고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그들 또한 먹이를 벌기 위해 주눅 든 사막여우들이지만 나에게는 고객님이시다. 잘 차려입은 여직원 손에 구수하게 내린 커피가 들려 있다. 아침 식사를 커피로 대신하는 그녀에게 식사 대용 전단을 주었다. 커피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눈길 한번 없이 새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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