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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화두를 던질 때 주의할 점
산업재해 예방이론 중에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재난보험 조사전문가인 하인리히가 발견한 이 규칙에 따르면, 대형사고 발생 전에 이미 30여 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 이상의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위험 징조들은 무시되고 이른바 예견된 사고로 이어진다. 결국 어떤 사건은 크고 작은 일련의 의사결정들이 빚어낸 결과인 셈이다. 경영학에도 비슷한 접근법이 있다.
파국적 결말을 초래하는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몰입 상승(Escalated Commitment)’과 ‘집단 사고(Group Thinking)’가 있다. 몰입 상승이란 어떤 과업에 대한 몰입 정도가 높아지면서 객관성을 상실하고 편향적으로 정보를 해석해 잘못된 판단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평상시 냉철한 리더가 상식을 벗어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단 사고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마치 집단최면 상태와 같은 동일한 관점과 가치를 지향함에 따라 잘못된 결정이 견제장치 없이 처리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자기파괴적인 의사결정은 오너 체제의 한국 재벌구조에서 자주 발견된다.
일례를 보자. 일반적으로 소비재는 출시 후 한 달 정도 시장 반응을 관찰하면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수많은 예측지표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의 초기 반응이 부정적임에도 상당한 마케팅 투자를 지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너의 주도 아래 막대한 투자를 집중한 기획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창업주가 직접 경영하는 일부 중견재벌 가운데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부분 거시적 사업환경 변화를 일시적 경기부침으로 해석한 나머지 기존 사업 모델에 대한 창조적 파괴를 단행할 시점을 놓치기 때문이다.
집단 사고 역시 오너의 선언적 화두 경영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제대로 던져진 화두는 조직의 자발적인 문제 해결과 구체적 실행안 도출을 유도하는 건전한 동기부여 기능을 한다. 그러나 현실 검증이 결여된 구호성 목표나 과도한 실행방향 제시는 자칫 집단 사고로의 쏠림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동력으로서 글로벌화라는 화두가 원칙적으로 제시됐다면, 조직은 사업기회 측면에서 후보시장의 우선순위와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고민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에서 ‘XX년까지 YY조원의 매출 달성’과 같은 식으로 화두가 제시된다면, 많은 경우 맹목적으로 목표 달성에 매진하게 되고 무리한 영업의 결과 장기적으로는 부실과 고객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 기업 구조에서 파괴적 의사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몰입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리더 스스로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객관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리더가 여유를 잃으면 사안에 몰입하게 되고 그 순간 시야는 좁아진다. 즉, 의사결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상황을 포괄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주어진 정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집단 사고를 막는 안전판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조직에 심어 건전한 수준의 의견 대립과 논쟁이 산출돼야 한다.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적, 성별, 나이, 교육 배경, 성향 등이 다른 사람들로 경영진을 구성하고 개방적 조직문화 속에서 조직 내 갈등 관리가 생산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객 등 외부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도 필수적이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 (20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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