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어둑새벽, 하늘에 별들이 바들바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때마침 뒷마당에 수탉이 홰를 치며 별을 향해 어서 하늘에서 사라지라며 재촉했다. 멀리서 장단을 맞춘 화답이 하늘에 메아리쳤다. 별은 태양 빛을 빌어 시나브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부스스한 새벽어둠을 뚫고 나선 길, 어머니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자전거에 발을 맞춰 걸었다. 온전히 잠을 떨치지 못한 모자母子는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목에 감긴 목도리를 풀어서 내게 감싸주려 했다. 나는 머리를 살짝 틀어 피했다. 겨울만 되면 손가락 끝이 갈라져 연고를 바르는 어머니, 그 모습을 보면 늘 가슴 아팠다. 어머니는 읍내 상설시장 난전에서 채소 벌이를 했다. 시골 장날을 찾아 채소 장사를 떠나던 그 날도 어머니 손끝은 성한 곳이 없었다. 나는 전날 미..
누구나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찬 언덕에 지푸라기 깔고 누워 하늘을 양껏 봅니다. 저 홀로 하늘을 향해 우뚝 버티고 선 미루나무가 고독합니다. 십여 년 넘게 다닌 직장을 달랑 A4용지 한 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배낭 하나, 오랫동안 비워둔 내 마음의 빚 스케치북까지 챙겨 가는 뒷길에 정류장까지 딸아이 손잡고 슬픈 눈으로 따라나서는 집사람에게 미안합니다. 알 듯 모를 듯 웃어 준다는 게 그만 슬픈 여운만 남기고 맙니다. 어디 갈 거냐고 묻는 아내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 있습니다. 문득 고향 마을이 떠올랐지만, 부모님은 물론 홀로 남은 형수마저 떠나버린 고향은 아득한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난 어디로 가야 할까?’ 터미널서 한참을 망설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서해가 궁금합니다. 그래! 서해로..

김참 시인 1973년 경남 삼천포(현 사천)에서 태어났다.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인제대학교, 동의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난여름 / 김참 천둥치는 날들이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슬레이트 지붕에서 빗방울이 끝없이 떨어져내렸다. 나무들은 흠뻑 젖었고 비 맞은 비둘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거실 피아노의 하얀 건반이 저절로 움직였다. 내 귓속으로 음악이 흘러들어왔다. 생선 뼈다귀를 문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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