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희 시인 1965년 강원도 춘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와 르포집 『예술밥 먹는 사람들(공저)』, 『구룡포에 살았다(2인 공저)』, 국토해양부 선정 해안누리길 도보 여행기 『바다를 걷다, 해안누리길』, 항해기 『우리는 한배를 탔다』, 해양문화집 『뒤안』 등이 있다. 제1회 대한민국해양영토대장정 기록작가로 참가, 2.100km 바닷길 항해. 한국작가회의 회원,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회원, 포항문인협회 사무국장. 푸른시 동인 집어등 / 권선희 집어등을 하나 얻었다/ 망망대해에서 삐끼질 하는 놈/ 수천 촉 아찔함을 쏘며 오징어떼 후리는 놈 치곤/ 참 순하게 생긴 녀석이다// 저녁이 오자/ 오두막엔 잘 잘한..
이곳에서는 철 따라 다른 맛이 풍겨난다. 이른 봄에는 파릇한 쑥밭이 깔리는가 하면, 식욕을 잃은 늦봄에는 생강나무 꽃 냄새가 풍겨오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잘 익은 도화가 혼을 빼놓고 가을바람이 차다 싶으면, 중앙절 국화 향기가 다시 그리워진다. 때맞추어 바뀌는 풍경에 넋 놓고 있노라면, 낙엽이 어깨를 툭 건드렸다가는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늘 같지 않다. 움직이고 흔들린다. 계절의 순환도 마찬가지다. 봄이 소생의 시절이라면 여름은 성숙의 절정기이고 가을이 풍요의 시기라면 겨울은 인고의 고비에 해당한다. 사람에 비하면 생로병사이고, 나라에 비하면 흥망성쇠이고, 우주에 대비하면 카오스와 코스모스다. 사계가 그러할 진데 계절에 얹혀사는 만물이 어찌 변하지 않을 것인가? 요즘 나는 바다가 보인다싶으면 마..
자박자박 흙길을 걷는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아스팔트와 달리 발에 닿는 느낌부터가 부드럽다. 편리성에 익숙한 도시의 포장도로가 아닌 시골길이 비구름에 쌓여 운치를 더한다. 경계를 지으면서도 휘어져 도는 유유한 토석담이 고목을 끼고 마을을 잇는다. 산청 단성면 남사 예담촌. 가세를 짐작게 하는 고택의 기와 끝에 봄비가 떨어진다. 비에 젖어 더욱 검어진 기와색이 고색창연하다. 세력가의 집 앞에 심어졌다는 부부회화나무가 서로에게 기대어 바람의 성미를 아는 옛사람들의 지혜라는 듯 정갈한 대문 입구를 지키고 있다. 달빛 스며들었을 툇마루 빛바랜 창호가 유구하게 살아온 사람 이야기를 무언으로 전한다. 집은 한자로 집우宇 집주宙라 쓰고 두 글자를 합쳐 작은 우주라 한다. 집은 단순한 비바람을 막아내고 의식주를 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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