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古木) / 윤오영
산비탈 공지에 큰 느티나무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속은 텅 비고 썩어, 죽은 등걸 같은데, 위의 가지들을 꽤 번성해서 넓게 녹음(綠陰)을 짓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그 나무 밑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 슬그머니 졸음이 와서 책을 덮었다. 머리 위에서 쏴! 하고 시원한 바람 소리가 스쳐왔다. 비가 오다가 뚝 그친 뒤에 쏴 하고 일제히 우는 매미 소리를 연상케 한다. 잔 휘초리들이 바람에 씰리는 소리다. 위를 쳐다보니, 파란 하늘 아래 나무잎들이 물 속의 피라미 새끼들같이 나부끼고 있었다. 파들파들 떨며 나부끼는 잎 사이에서 은은히 울려오는, 뭇 새소리와도 같은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빽빽한 잎과 잎, 가는 휘초리와 휘초리 사이로 바람이 새는 소리인 듯했다. 가만히 귀 모아 들으면 바람 소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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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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