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나무꽃 / 백송자
훅, 가슴을 파고드는 꽃이다. 산길 옆 제법 큰 바위 아래 축 늘어진 가지 끝마다 소복하다. 가느다란 줄기 뻗음이 얼핏 보아 국수 면발 같다고 하여 붙여진 국수나무에 꽃이 피었다. 다섯 장의 꽃받침은 넉넉한 품으로 노란 꽃술과 하얀 꽃잎을 꼭 껴안고 있다. 꽃말은 모정母情이다. 조금만 눈을 들면 쉬이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아기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만큼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화려하지 않아도 나비와 벌이 많이 찾아드는 꽃, 한참이나 길섶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꽃송이를 쓱 만져보니 화들짝 놀란 꽃잎들이 일제히 움츠리는 듯 그 떨림이 전해진다. 산행하는 건 이미 까먹고 국수나무꽃 근처에 자리를 편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따라 마신다. 커피 향 위로 꽃향기가 쏟아진다. 물소리며 새소리까지 더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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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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