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에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을도 깊어 밤이면 창문을 닫고 잠들 만큼 기후도 선선해졌는데, 그 귀뚜라미가 베란다 어느 구석에서 아니면 책장 뒤에 아직도 살고 있다면 가냘픈 울음소리라도 들려줄 것 같은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지난여름 책을 정리하다 책장 구석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 귀뚜라미를 발견하고 놀랍고 반가워 손안에 잡아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베란다로 뛰어나간 귀뚜라미는 이내 화분들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지만 그날 이후 고향에 돌아간 사람처럼 공연히 마음이 부풀고, 올 가을에는 견고한 아파트 공간에서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들뜨기까지 했었다. 그 한 마리 귀뚜라미를 생각하며 그 뒤 두 달이나 아파트에 소독을 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바..
오늘 밤에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을도 깊어 밤이면 창문을 닫고 잠들 만큼 기후도 선선해졌는데, 그 귀뚜라미가 베란다 어느 구석에서 아니면 책장 뒤에 아직도 살고 있다면 가냘픈 울음소리라도 들려줄 것 같은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지난여름 책을 정리하다 책장 구석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 귀뚜라미를 발견하고 놀랍고 반가워 손안에 잡아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베란다로 뛰어나간 귀뚜라미는 이내 화분들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지만 그날 이후 고향에 돌아간 사람처럼 공연히 마음이 부풀고, 올 가을에는 견고한 아파트 공간에서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들뜨기까지 했었다. 그 한 마리 귀뚜라미를 생각하며 그 뒤 두 달이나 아파트에 소독을 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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