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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시인 산문2

등산 / 김상용 등산이 분명 일종의 스포츠이나, 이것이 스포츠이면서도 스포츠 이상의 어떤 의미를 소유한 데서 나의 등산에 대한 동경은 시작되었었다. 룩색에 한 끼 먹을 것을 넣어 지고 자그마한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비롯해, 몇 달 혹은 몇 해를 허비해 가며 지구의 용마루와 싸우는 본격적인 등산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근골은 쓰여지는 것이고, 이것이 쓰여짐으로 말미암아 그 단련의 결과도 나타나는 점에 있어 등산의 스포츠적 성격이 나타난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수도의 한 과정같이 어떤 철학적 분위기로 우리의 심령을 정화해 주는 데 초 스포츠적 매력을 우리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가. 등산가의 한 가지 긍지는 굳이 다언을 피하는 기벽이 있으니, 이는 눈은 산봉과 하늘을 바라보고 오르되 이 순간 심령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안.. 2021. 8. 4.
정원 / 김상용 거리를 나서면 초라한 내 집에 비해 너무 거만한 고루대하가 내 시야를 어지럽힌다. 이런 때에 위압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그 과대광적 거구를 민소해, 내 청빈을 자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지막한, 얌전한 집의 향이 남이요, 거기 아담한 뜰이 곁들여 있으면 내 마음은 달라져 문득 선망을 금치 못하니, 정원에 대한 애욕은 도시 천생의 내 업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뜰과 인생'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니 이를 사랑하고 갈구함은 인간 자연의 성정이 아닐까. 인생의 안식처를 가정이라 하여 집과 뜰을 연결해 놓은 데 이미 무슨 심비한 의미가 은장 된 듯도 하다. 뜰 없는 집은 사실 내외 불화 이상으로 살풍경일 수 있다. 널찍한 뜰, 거기 몇 주의 고목이 서고 천석의 유아가 있고 화초마다 곁들여 심어졌다면, 사람이.. 2021.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