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거름 하산 길은 늘 아쉬웠다. 여인들이 풍덩한 치마폭을 추스리듯 물결치던 산줄기가 그 끝자락을 끌어당기는 곳에는 으레 난장판이 벌어졌다. 넓다란 바위가 폭파당한 뒤 그 까만 살덩이가 산산이 부서지고, 등뼈가 까무러뜨린 채 뻘건 늑골이 흉물스럽다. 거기다 어느새 삐죽삐죽 꽂힌 앙상한 철근 사이로 벌떡 누워버린 나무들이 뿌연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 호젓한 산모퉁이에 서면 숨은 듯 초가집 지붕 옆으로 몽기몽기 작은 굴뚝에서 연기를 만날 차례인데, 그리고 희미한 불빛 사이로 도란도란 말소리에 딸그락딸그락 숟갈 소리가 들릴 때인데 말이다. 이렇게 두리번두리번 한참 내려오다가 서쪽으로 남아 있는 서러운 노을빛에 걸음을 멈추었다. 건너편 개울가 높다란 감나무에 살짝 까치집이 걸려 있었다. 옛날 아주 옛날, 내..
해거름 하산 길은 늘 아쉬웠다. 여인들이 풍덩한 치마폭을 추스리듯 물결치던 산줄기가 그 끝자락을 끌어당기는 곳에는 으레 난장판이 벌어졌다. 넓다란 바위가 폭파당한 뒤 그 까만 살덩이가 산산이 부서지고, 등뼈가 까무러뜨린 채 뻘건 늑골이 흉물스럽다. 거기다 어느새 삐죽삐죽 꽂힌 앙상한 철근 사이로 벌떡 누워버린 나무들이 뿌연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 호젓한 산 모퉁이에 서면 숨은 듯 초가집 지붕 옆으로 몽기몽기 작은 굴뚝에서 연기를 만날 차례인데, 그리고 희미한 불빛 사이로 도란도란 말소리에 딸그락 딸그락 숟갈 소리가 들릴 때인데 말이다. 이렇게 두리번 두리번 한참 내려오다가 서쪽으로 남아 있는 서러운 노을빛에 걸음을 멈추었다. 건너편 개울가 높다란 감나무에 살짝 까치집이 걸려 있었다. 옛날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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