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걸다 / 남태희
건너편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에 간판이 오른다. 입주를 시작한 지 일 년여, 먹다 버린 옥수수처럼 드문드문 불 꺼진 빈 가게가 현실로 다가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서로 들어오려 경쟁을 했을 텐데 팬데믹은 창업의 수요마저 줄게 했다. 한해의 시간을 보냈으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비어있던 상가에 간혹 새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또 하나의 간판을 달고 있다. 규격에 맞추어 돋아나는 얼굴은 몸단장을 마치고 데이트에 나가는 젊은이처럼 말끔하다. 새 옷을 입은 신입생처럼 기대와 설렘, 불안이 교차한다. 'SKY 영어학원'은 흰 바탕색에 진파랑 얼굴을 걸었다. 울울창창한 미래가 보장이라도 된 듯 간판은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대한민국의 세 개의 명문대학을 합친 sky, 푸른 하늘의 sky, 학원이란 글씨체는 하..
수필 읽기
2022. 5. 2. 10:02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