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른이 되면 / 고경실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가슴 더워 오는 추억의 노래가 있다. 유년의 동구길을 짓까불며 오가면서 부르던 동요들. 그중에서도 ‘나 어른이 되면’이라는 노래이다. 홍진의 더께가 묻지 않아 하얀 광목 빛처럼 눈부셨던 그 순진무구했던 날들. 어른들의 오염된 가치와 일탈된 행동들에 실망한 나머지 도리질을 하며, 어른이 되면 주변의 어른들을 반면교사 삼아 어른다운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목청을 높여 그 노래를 불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 좁은 시야 탓인지 내 주위에 어른다운 어른은 없었다. 비록 머리에 하얀 서리 내리고 얼굴의 검버섯들이 그동안 어른들을 스쳐 지나갔던 세월의 무게를 증거하고 있었지만, 내 이상형의 어른들은 찾을 길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빨리 내 몸의 나이테가 더해지기를 갈망했고, 그만큼 어른이 ..
수필 읽기
2023. 5. 13. 05:3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