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눈(雪)을 바라보는 눈(目) / 이경훈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동상 창밖이 뿌옇다. 무채색으로 천천히 변하는 광경은 하늘과 땅이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해 손을 휘젓는 사람처럼, 하늘에서는 땅 쪽으로 나있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가 보다. 허공에 정지된 채 방향을 선뜻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망설이는 눈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민들레 꽃씨 같다. 혹은 밍밍하고 탄력없는 밥풀에 살짝 숨어있다 그윽하게 입안에 번지는 식혜의 맛처럼 달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눈으로만 바라보는 사랑처럼, 날리는 속도는 더디고 방향이 일정치 않다. 그래서 신비롭다. 소담스럽고 기운차게 펑펑 쏟아지다가 운명처럼 닿는 순간 더러 녹으면서도 순식간에 쌓이고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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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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