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일기(綠陰日記) / 원종린
녹음이 우거지던 때 우리는 이사를 했다. 그래서 오래 가꿔온 나무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더욱 서운했다. 나는 작년 6월 중순경에 오래 몸담았던 공주를 떠나서 대전으로 이사했다. 6월 중순이면 성하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여름철에 접어든 것만은 틀림없다. 장마가 일찍 시작되는 해는 수시로 비구름이 오락가락하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가 떠나오던 날도 바로 그런 날씨여서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이사는 대개 봄 아니면 가을이 제철인데 내가 이런 걸맞지 않은 시기를 택해서 이사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정년으로 강단을 물러난 뒤에 몇 군데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는데 학기 중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한가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종강 후 이사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던 것이다. 마침 집을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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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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