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룽지를 만들고 있다.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오늘따라 간도 물도 맞지 않아서 짜고 텁텁했다. 불현듯 눌은밥이 생각났다. 눌은밥은 아주 오래된 부엌과 가마솥, 여인과 아이가 있는 정경 속에서 고소한 향기와 함께 떠올랐다. 그것은 아득해서 너무나 아득해서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흐릿한 빛깔을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궁이의 불을 낮추어 밥에 뜸을 들기를 기다린다. 여인은 나무주걱으로 식구들의 밥을 펐다. 사랑방으로 건넌방으로 밥상이 들어가면,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에 물을 둘러서 숭늉을 만든다. 뜨끈뜨끈한 숭늉을 떠낸 후에 솥에 남은 눌은밥을 사발에 퍼서 묵은 김치와 소반에 올린다. “엄마 나 눌은밥!” 아이는 콧등에 땀을 송알송알 맺으면서 야무지게 먹는다. 그 맛을 오래전에 잊어버린 나이든 여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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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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