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부셨다. 치자나무가 꽃을 피웠다. 병이 났는지 가지며 이파리가 까칠하니 야위어 가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곁가지에서 줄기를 뻗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올린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선 그 투혼의 용기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살며시 다가가 조심스럽게 꽃잎을 쓰다듬어 주었더니 함박웃음으로 화답한다. 이 꽃나무는 7년 전 어느 봄날, 친구의 품에 안겨 와 한 지붕 아래서 살게 되었다. 타원형 잎사귀 사이로 수줍은 듯 함초롬히 피어난 하얀 꽃송이는 면사포를 쓴 신부처럼 어찌나 눈부시던지. 그 자태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이 시리도록 흰 얼굴은 청초하면서도 우아해 절세미인 양귀비도 울고 갈 정도다. 순결한 것을 좋아하는, 이 꽃에 얽힌 전설 속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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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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