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찔끔, 콧물 탱 / 조문자
삭정 개비에 탁, 성냥을 켠다. 그을음이 꼬리를 흔들며 불꽃이 일어난다. 불이 붙었는가 하면 꺼지고 꺼졌는가 하면 다시 붙는다. 일단 불이 붙으면 여왕 옹위하듯 해야 한다. 우격다짐하면 토라져 버리니 조심스럽다. 붉은 혓바닥을 길게 뺀 불꽃이 다짜고짜 나무를 휘어 감고 요망을 떤다. 나무는 양반 무게를 잡고 만삭의 몸처럼 잔뜩 팽창해 있다. 길고 뜨거운 입맞춤을 퍼부으며 떡 주무르듯 몸을 주물럭대니 그만 얼이 뿅 빠진다. 갓 쓴 해태처럼 무춤 무춤 수염을 빳빳이 세웠으나 그건 계면쩍어 괜히 그러는 것이렷다. 온몸이 녹작지근해지고 정신이 핑 돌아 나사가 풀어진다. 간질간질 꽃봉오리 신열이 돋는다. 기다렸다는 듯이, 참다 참다 못 참겠다는 듯이, 콘크리트 벽이 갈라지듯이 뿌지직, 소릴 지른다. 몸이 달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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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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