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기갈기 찢겨 있다. 잎으로 바람을 견딘 것이리라. 찢긴 잎이 흔들리니 더 처연하다. 그런들 어떠냐고 오히려 맡긴다. 아직 청춘 같건만 떠날 준비를 하는 걸까. 잎이 바랜다. 모양새도 흩어진다. 메마르는가, 했더니 이내 버석거린다. 흙이 되려나 보다. 꽃봉오리의 자줏빛이 선연하다. 아물린 채 좀처럼 벙글지 않는다. 만개하지 않고서 지려는가. 고개 늘어뜨려 땅을 향했다. 할 일을 다 한 겸허함이다. 활짝 펴 보지도 않고 서두르는 연유는 무엇일까. 꽃 줄 위의 열매 고투리가 여리다. 파랗다. 총총하게 힘을 실어 당당하다. 꽃은 다 알고 있으리라. 자신의 소임을. 총총한 갈래의 열매에게 만개의 힘마저 보태야한다는 것을. 열매는 나무의 영화일까. 정점일까. 아니 소실점이다. 그로부터 점점 사그라져가는.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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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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