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 박영수
이른 새벽 버릇처럼 오르는 야트막한 산봉우리에 하늘뜨락 같은 쉼터가 있다. 꼭짓점 한발 아래 바위를 낀 두어 평 공간은, 적어도 동이 터 오는 잠시 동안 만은 나의 영토가 된다.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다 보면 청정한 산의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저만치서 들리는 아낙들의 ‘야호!’ 소리는 ‘방 빼!’ 하는 신호이다. 내려갈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오래전, 산에서 아침 열기를 시작할 때는 약속 없이도 만나던 산 벗들이 꽤나 많았으나 세월과 더불어 하나 둘씩 멀어져 갔다. 망팔(望八) 고개에 올라서면서 건강 문제를 비롯한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이다. 그러던 지난 해 6월, 친구 떠나간 빈자리를 채워 주려는 듯 반가운 손님이 찾아들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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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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