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귀환 / 김응숙
달이 확 다가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달의 표면은 여름 장마가 끝나고 바짝 말라버린 학교 운동장 같았다. 드디어 이글의 문이 열리고 닐 암스트롱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뒷모습이 보였다. 아나운서는 이제 곧 인간이 달에 첫 발자국을 찍을 순간이 다가왔다는 말을 흥분된 목소리로 거듭하고 있었다. 사다리를 반이나 내려왔을까.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더니 정지되어 버렸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눈이 빠져라 쳐다보던 동네 사람들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누군가가 안테나를 손보러 뛰쳐나가려는 순간, 다시 화면이 돌아왔다. 달의 표면에 첫 발을 디딘 암스트롱은 커다란 고무공처럼 퉁퉁 튀었다. 그는 '고요한 바다'라 불리는 마른 웅덩이에 깃발을 꽂은 뒤,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에 지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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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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