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주둥이와 소 궁둥이 / 김태길
'소 궁둥이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 주둥이가 되라.'는 중국의 옛말을 처음 들은 것은 아마 중학생 시절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말이라면 대개 틀림없는 진리라고 믿었을 때였고, 더구나 그 말은 『사기(史記)』인가 뭔가 하는 유명한 책에 실린 말이라고 하니, 그 말은 매우 좋은 처세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요즈음 나는 오히려 반대로 '닭 주둥이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소 궁둥이가 되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저 중국의 유명한 말의 뜻이 힘센 사람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비굴한 사람이 되지 말고 항상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라는 데 중점이 있다면, 그것은 백번 옳은 교훈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 선생님은 반드시 그런 뜻으로만 가르치지는 않았다. 어느 편이냐..
수필 읽기
2023. 4. 24. 08:1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