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은상 늙수그레한 당목 하나가 먼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다. 타종을 멈춘 지 오래되었나 보다. 발갛게 얼어있는 몸 위로 켜켜이 가라앉은 먼지가 아버지의 백발처럼 덥수룩하다. 이마를 쓸어 올리듯 당목을 어루만지다가 흠칫 놀란다. 나무의 결을 따라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삶의 이력이 손가락 끝에 까맣게 묻어나온다. 종을 치는 막대기를 당목이라고 한다. 박달나무나 고래의 뼈로 만들어서 쇳소리가 날 만큼 단단하다.?종이 소리를 울리는 동안 당목은 수도 없이 제 몸을 부딪쳤다. 한번 타종할 때마다 되돌려 받은 충격이 일파만파 육신을 흔들어 놓았던 모양이다. 옹이 없이 매끈하던 몸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닳아서 굳은살이 박였다. 귀가 떨어져 나가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비천상을 조각한 종신처럼 ..
수필 읽기
2021. 5. 11. 22:0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