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 이부림
시어머님이 쓰시던 옷장 문을 열고 생전에 즐겨 입으시던 옷 주에서 흰색 여름옷 한 벌을 꺼내입고 거울을 본다. 요즘 유행하는 팔부 소매에 짧은 웃옷이 마음에 든다. 발목만 드러낸 주름치마도 아래쪽에 밤 뼘 만짓 넓이로 레이스를 빙 둘러 시원하게 보인다. 내가 새댁이었을 때 시어머님이 당신의 친정어머니 상복으로 맞춰 입으신 옷이다. 몸집이 작으셨지만 젖가슴 바로 아래까지 올려 입으셨던 치마인지라 내 허리에도 잘 맞는다. 옷 치수는 나이대로 입는다더니 보기보다 큰 옷이었다. 어느 한 곳 손볼 데 없이 넉넉하게 어울려 오래 입어왔던 옷인 양 편안하다. 시어머님은 옷을 잘 입으셨다. 옷을 보는 안목이 대단하셔서 옷가게에 들어서서 한 번만 둘러보시면 썩 괜찮은 옷을 단번에 골라내셨다. 사다 드리는 놋은 웬만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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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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