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발 영시 50분 / 유병근
무엇인가 써야 하는데 꼬투리가 잡히지 않는다. 무슨 의무감처럼 마음은 부질없이 써야한다는 쪽으로 기운다. 왠지 불안하고 소화불량에라도 걸린 느낌이다.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 내 배속에서 꿈틀대는 것 같다. 이상하지만 그런 꿈틀대는 것 같은 정체불명에 시달리고 있다. 얄궂은 병일 것이라고 혼자만의 서툰 진단을 한다. 무엇인가를 쓰겠다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에 잠긴다. 눈사람을 굴리듯이 머리를 굴린다. 등치가 점점 커지는 눈사람을 골목에 세워두고 눈과 코 그리고 덥수룩한 수염을 단다.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귀를 단다. 벙거지를 얹어준다. 눈사람 곁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다. 그러나 사진을 찍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사이 눈사람은 사라졌다. 존재하는 것은 눈사람처럼 사라진다. 평생을 함께 하리라고 믿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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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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