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야 미안하다 / 안경덕
먼 제주도의 하얀 목련꽃이 티브이 속에 만발했다. 섬진강 강변의 낮은 산자락에 샛노란 산수유와 연분홍의 매화가 줄줄이 꽃 피운 것도. 봄을 불러온 꽃들은 그 명성만큼이나 화사했다. 눈부신 자태를 화면 가득 뽐냈다. 부럽기만 하던 그 봄이 며칠 지나자 우리 집 담을 훌쩍 넘어왔다. 봄은 바람타고 남쪽에서 바다 건너, 산 넘어 북쪽으로 릴레이 바통처럼 이어졌다. 어느새 서울, 평양까지 산과 들을 푸른 옷으로 치장했다. 그런데도 우리 집 뜰의 대추나무는 여태껏 아무 기별이 없다. 양옆의 나무보다 야위고 키가 작아 있는 듯 없는 듯 해 안쓰럽다. 어딜 가나 뒷자리에 머물게 되는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대추나무에 막내 여동생도 겹친다. 나와 띠 동갑인 동생은 아기 때 모유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머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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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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