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물을 길어 머리를 감은 어머니는 손바닥만 한 거울 앞에 앉았다. 빗어 내린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이리저리 비틀어 다듬은 후 은비녀를 끼운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선반 위의 동백기름을 내려와 손바닥 위에 기울인다. 몇 방울을 손바닥 전체에 묻혀 머리에 바른다. 머리카락이 반짝거리며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거울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에 만족이라는 단어가 스친다. 동백기름병을 다시 선반 위에 올려놓고 돌아서는 엄마의 얼굴이 곱다. 어머니가 아껴 둔 동백기름으로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시각에 아버지는 마당이며 골목을 쓸었다. 그 날은 삼십 리 밖 재 넘어 사는 총각이 누나 얼굴을 보러 오는 날이었다. 무슨 일에나 정성을 기울이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당신들에게 백년손님 후보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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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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