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에 대한 기억은 비장하고 엄숙하다 어느 겨울날 남도 땅 선운사를 방문했을 때, 절 뒤편에서 하얀 눈 위에 선혈처럼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바라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꽃 한번 피우지 못하고 떠난 시인의 각혈이 생각났다. 평생 직업다운 직업 한번 가져보지 못한 채 오직 한 편의 좋은 시를 남기기 위해 몸부림치다 간 친구였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어린 아들이 지켜보던 장례식 날, 마지막 생명의 햇살은 한 송이 붉은 동백꽃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 대정벌에 귀양 와서 위리안치 되었을 때, 친구였던 초의선사가 그를 방문해서 아내의 타계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때 추사적거지 오두막의 새하얀 눈밭에는 동백꽃이 아내의 붉은 눈물같이 뿌려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추사는 아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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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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