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절양장 추령을 넘으니 내리막길 끝에 널따란 대지가 펼쳐진다. 신비로운 세상이 나타날 것처럼 순하고 연한 땅이다. 추수가 끝난 들녘은 느슨하고, 아직 남은 일이 있는지 손을 더하는 사람들의 동작은 촘촘하다. 메마른 하천엔 이름 없는 돌들이 호기롭게 누웠다. 저기 코앞이 바다인데 굴러갈 내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 이것이 인생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 그러기에 오늘만큼은 조금 게을러도 괜찮다. ‘끼익’,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또 지나칠 뻔했다. 여전한 곳을 왜 매번 가늠하지 못하는지. 그만큼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오늘은 무엇에 홀려 정신을 팔았던 것도 같다. 감은사 터에 왔다. 우습게도 무심히 지나던 곳에 답이 있었다. 건물은 무너지고 흔적만 남은, 급저 그런 곳을 찾아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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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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