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반숙자
우리집 앞 조붓한 오솔길에는 양옆으로 미루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논둑쪽의 나무는 앙바도톰 하니 가지가 많고 건너편 실개천쪽 나무는 훤칠하니 키가 크다. 이 두 나무는 서로 마주 서서 동산에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반기고 서산마루에 걸리는 햇살에 은발을 날리며 하루를 접는다. 나는 모를 심는 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새참이나 점심을 먹고 쉴 때마다 미루나무를 바라보며 서울에 사시는 시부모님을 생각한다. 작년 구월 시부모님은 김포 국제공항에서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셨다. 올해 69세이신 아버님과 73세의 어머님은 여행을 좋아하신 나머지 우리나라 명승고적은 모두 답사하고 이제는 외국 나들이로 가까운 동남아를 택하신 것이다. 아마빛 투피스로 곱게 단장하신 어머님의 주름 진 손을 꼬옥 쥐고 아버님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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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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