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나무 / 이인환
아차산(峨嵯山)을 오르는 중이다. 산 중턱쯤에서 언니가 멈춰 선다. “이 나무좀 봐라, 나는 이 나무를 보면 그냥 못 지나가겠다. 그래서 이렇게 꼭 쓰다듬는다.” 언니가 말하는 나무를 보니 내 어깨 높이쯤, 한 가지는 남쪽으로 또 한 가지는 서쪽을 향하여 ㄷ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이 나무가 이렇게 휘어져 자라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겠니, 너무 안쓰럽다.” 언니 말을 들으며 나도 한번 나무를 쓰다듬는다. 반드레한 느낌이다. 나무가 거칠거칠하지 않고 반들반들한 것을 보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휜 모습이 안쓰러워 아마 나무를 많이 쓰다듬었나 보다. 나는 휜 나무를 쓰다듬고 올라가면서 그렇게 휘어졌는데도 용케 살아남은 나무가 신통하게 생각되었다. 등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곧게..
수필 읽기
2022. 5. 26. 08:2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