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성이 / 김정화
한국의 산을 보다가 두 사진에 마음이 끌렸다. 안개가 자욱한 언덕에 텐트가 있었다. 풀잎에 반쯤 가려진 불이 켜진 노란 텐트가 달무리로 보였다. 동트자 어둠에 가렸던 바위와 능선이 어깨를 걷고 옅은 구름 아래로 펼쳐졌다. 커다란 물돌이가 굽이치며 흘러가는 듯한 산등성이에 마음이 뛰놀다 잠이 들었다. 날이 밝자 배낭을 꾸려 밀양으로 향했다. 영남 알프스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산꼭대기 아래 흰 바위가 눈부시고 산 아래로 매끄럽게 펼쳐진 구릉의 초원이 이국을 떠올리게 했다. 띄엄띄엄 터를 잡은 집은 네모나고 뾰족하고 고운 지붕, 알알이 붉게 익은 사과가 푸른 산을 물들인다. 어린 날에 보았던 만화에 나오는 하이디와 빨간 머리 앤 그리고 말괄량이 삐삐가 뛰노는 환영을 보는 듯했다. 내 안에 어린 나도 등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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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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