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자 푸석하던 흙 마당이 촉촉하게 젖었다. 한 구석에는 늘 가릉대는 늙은 개의 웅크린 모습과 찌그러진 양재기에 불어터진 밥알, 그리고 헛간 담벼락에 바짝 붙여 매 놓은 낡은 멍석, 장독대위에 내려앉은 햇살과 수돗가 빈 바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만 달그락거린다. 비 긋고 지나간 마당에 잡초가 파랗다. 거름 한 줌 뿌려 준 적 없고, 갈증날 때 물 한 모금 먹인 적 없어도 어쩜 이리도 잘 자라는지, 내 손에 걸리기만 하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사정없이 모가지를 비틀어 내팽개쳐도. 녀석들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만 내리면 고개를 바짝 쳐든다. 잡초를 뽑아내고 비질을 한다. 바지랑대에 미끄러지는 한낮의 햇살이 오지다. 오똑하니 앉아 남상거리던 깃 젖은 콩새 한 마리가 포르르 마당으로 내려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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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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