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모자람을 느낄 때 / 김태길
나는 그림에 대한 소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소년 시절에 닭을 그리면 오리 모양이 되었고, 백합을 그리면 호박꽃에 가깝게 보였다. 미술가를 부러워했지만, 화가의 길로 들어서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정확한 말로 나타내는 일은 나에게는 닭이나 백합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도 더욱 어렵다. 정확할 필요가 없는 말, 이를테면 '안녕하십니까? 하는 따위의 의례적인 인사말이나 그 밖의 어떤 허튼소리라면 별로 부담없이 지껄일 수가 있다. 그러나 정확한 표현이 요구될 경우에 적합한 언어를 찾아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나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말 가운데서도 정확성을 가장 요구하는 철학의 길을 택한 것이다. 어릴 때 말을 몹시 더듬어서 말을 적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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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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