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스승의 은혜를 저버린 망덕한(亡德漢)이다. 국문학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그렇게도 따르던 스승님을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다가 뒤늦게 망덕비 앞에 꿇어 엎드렸다. 송구스러워 숙인 망덕한의 머리 위에 정월의 매서운 바람이 사정없이 매질을 한다. 어느 해 늦 정월 아버님 묘소 앞에 엎드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더니, 스승에 대한 망덕의 참회로 흐느끼게 되는구나. 선생님 문하에서 공부하던 시절 간간이 찾아뵈면 ‘윤 군인가 어서 오게나’ 하시던 음성이 바람결에 들려오니, 내 망덕의 한(恨)은 더더욱 쌓여만 간다. 뉘우쳐 부르는 ‘선생님……’ 지금은 대답이 없으시다. 나는 일어나 비신(碑身)을 어루만진다. 바람은 여전히 망덕한을 꾸짖는 듯 차갑기만 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순간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선생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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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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