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지도 / 홍윤선
나무들이 호수에 물구나무를 하고 섰다. 안동호에 물결이 일렁이면 반영은 환영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낮은 산성을 옆으로 끼고 양쪽 동네를 잇는 부교가 호수면 위에 표표히 늘어져 허청댄다. 안동선비순례길이 물 위에 떠 있는 선성수상길을 가로지르며 첫길을 수굿하게 열고 있다. 마을 간 줄다리기라도 있었던 걸까. 겨루기를 끝내고 이제 막 내려놓은 굵은 밧줄 같다. 운동회가 한창일 가을날이다. 나의 물그림자를 나무들 사이에 세운다. 구름덩이 서너 점과 섬 같은 산과 설핏 물든 단풍들이 정물처럼 고요한데 물비늘에 뜬다리가 꿀렁인다. 나도 따라 속이 울렁이고 눈이 뱅그르르 돈다. 작은 여파에도 통째로 휘둘리고 만다. 이럴 땐 멀리 보아야 한다. 세상이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나만 멈추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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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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