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사 아가씨 / 박재식
그 면도사 아가씨는 좀 수다스러웠다. 단골로 다니는 이발관이 어디냐, 면도를 해 주는 아가씨의 솜씨가 어떻더냐, 되도록 면도사도 단골로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수염의 결을 잘 알아서 밀기 때문에 피부에 무리가 안 간다는 등의 얘기를 간단없이 소곤거렸다. 누구나가 다 그럴 테지만 이발하는 시간, 특히 의자에 길게 누워서 면도를 하고 있는 동안은 느긋하게 오수午睡를 즐길 수 있는 십상의 기회가 된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도 하루의 행복을 찾으려면 이발을 하라고 했다던가. 그런데 이 아가씨는 그 모처럼의 행복을 부질없는 수작으로 박탈하려 드는 것이다. 나는 슬그머니 눈을 감고 아가씨의 요설饒舌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 따지고 보면 면도하는 동안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느긋한 시간인 반면에 항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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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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