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포(牟浦)줄을 찾아서 / 김영욱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배꼽을 들여다본다. 옴폭 패인 그곳엔 나를 세상과 이어주던 탯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내가 아직 뱃속의 양수에 잠겨 있을 적, 어머니는 한 줄의 제대정맥과 두 줄의 제대동맥을 내려 주었다. 나는 그 세 줄을 통해 신선한 산소와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뱉어내면서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내 태초의 집인 자궁은 어머니의 바다인 셈이었다. 바다를 본다. 이곳은 고래가 가끔 출몰한다는 포항 앞바다. 오래전 탯줄이 끊어진 날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나와는 달리 탯줄이 끊어진 다음에도 바다를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고래의 배꼽을 떠올려 본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 사람이 살지 않던 시절엔 고래도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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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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