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 이은화
보일러 수리를 위해 기사를 불렀다.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한 기사는 앞집의 수리가 길어져 시간이 늦었노라 했다. 보일러 배관상태를 살펴보던 청년기사는 주방과 거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보일러 수리를 끝냈다. 밖의 추운 날씨를 생각해서 차를 한 잔 건넸더니 급한 다음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야한단다. 다시 권해 보았지만 청년은 급하게 가방을 챙겨들고 인사와 함께 문밖으로 사라졌다. 저녁 장을 보려고 지갑을 찾았다. 지갑을 둘 만한 곳은 다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생각해 볼 여지가 없었다. 서둘러 지갑을 들고 사라졌을 기사에 대한 괘씸한 마음은 몇날 며칠을 두고 누그러들지 않았다. 잃어버린 돈도 돈이지만 카드와 신분증에 대한 해결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기에 짜증이 더했다. 눈에 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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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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