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가 익는 밤 / 박금아
가을에 들면 달빛은 마방(馬房)에 들어와 앉았다. 어린 말이 벌레를 쫓느라 꼬리로 간간이 제 몸을 치는 소리가 적막하기만 하다. 잔등을 쓰다듬노라면 말은 제 어미를 부르듯 큰 눈망울을 들어 저편 하늘로 “히힝!” 소리를 날려 보냈다. 그곳 말 울음소리가 닿는 곳에서는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서면 푸르레한 공기 속으로 철새가 날개를 퍼득이며 밤하늘을 날았다. 새가 날아간 자리에는 오래도록 울음소리가 남았다. 을음은 밤의 젖줄을 자극이라고 한 모양이어서 유선(乳腺)이 탱탱해진 밤은 젖꼭지를 열었다. 무화과의 발그레한 젖꼭지에서 ‘젖물’이 비쳤다. 태어나서부터 젖이 고팠다. 어머니는 집안일에 어장 일에 젖먹이에게 젖 먹일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 고픈 젖을 쌀죽과 원기소로 채우며 자랐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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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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