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 조상규
마음이 어지러운 날이면 낚시를 간다. 물고기의 생과 사를 내 손아귀에 거머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인지 모르겠다. 그들과 벌이는 숨 막히는 흥정에서 긴장된 순간을 즐긴다. 다른 생명을 주검으로 몰아가는 수심(獸心)이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음에 스스로 놀라곤 하지만 잡아야만 뱃속이 편한 것을 어쩌랴. 그 놈을 낚아챌 때 손으로 전해지는 짜릿하고 황홀한 손맛은, 남정네의 발기한 거시기를 손에 잡고 자신감에 찬 기쁨이라고 표현한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을까. 물고기 입질 횟수가 잦을수록 긴장감이 나의 심장을 멎게 하여 몰아의 경지에 이르도록 한다. 낚싯대를 걸어두고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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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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