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골에서 쓰는 편지 / 윤영
미륵골 빈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이 집에서의 혼자라는 말에는 적적함과 즐기고 싶은 고요가 함께입니다. 슬쩍 두렵기도 하고 심심하기도하고 그럽니다. 홀로 집을 지켰던 모친이 요양원으로 떠나고 빈집이 된 지 삼 년. 어쩌다 보니 나흘간 머물 요량으로 여차여차해 왔습니다. 책을 펼쳐 보지만 눈도 침침하고 유튜브를 몇 편 봤더니 데이터는 한정이 없네요. 이참에 댑싸리 밑에 개 팔자로 즐겨보자 했건만 일이 눈에 들어옵디다. 남아도는 볕이 아까워 이불이며 먼지 묻은 소쿠리며 신발들을 씻었습니다. 고들빼기꽃에 앉았던 배추흰나비가 바지랑대에 앉았습니다. 나비 눈에도 꽃 시절 다 지난 어수룩한 중년 여인의 고독감이 읽혔던가 봅니다. 일 다 하고 죽은 무덤 없다더니 잔일에 끝이 없군요. 사람이 기거하지 않으니 오죽이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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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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