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과 파는 사람 / 김태길
어느 대학교의 교사(校舍) 증축 기공식이 기독교식으로 거행되고 있었다. ‘기도’ 차례가 왔을 때 학교 목사님이 앞으로 나와 가라앉은 목소리로 “우리 다 같이 기도합시다” 하며 오른손을 가볍게 들자, 참석자 일동은 곧 고개를 숙여 눈을 감고 경건한 분위기 속으로 몰입하였다.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학교가 꾸준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항상 돌보아 주셨고, 특히 오늘 또다시 큰 건축을 계획하고 이렇게 기공식을 올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높은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는 내용의 기도였다. 억양이 알맞게 배합된 목사님의 굵은 목소리만이 이어질 뿐 그밖에는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엄숙한 순간, 나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호기심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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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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