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사람 / 김소경
밤늦은 시간에 초인종이 울려서 누군가 했더니, 보일러를 보러왔다는 귀에 익은 목소리다. 서둘러 대문으로 나가는데 섣달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어쩐 일로 이런 시간에 오느냐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일이 밀려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 보일러실에서 안 나던 소리가 난다고 연락을 했더니 그 일로 온 것이다. 그는 지하실로 내려가 보일러를 점검하고, 별 이상이 없다면서도 다시 찬찬히 살핀다. 기온이 내려갈 때 생길 수 있는 현상도 일러 주고, 동파에 대비할 점도 확인시켜 준다.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 했더니, 한파로 집집마다 손을 봐야 할 곳이 있어서 잠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동네에서 설비가게를 하고 있는 중년의 이 사람은 늘 웃는 얼굴이다. 우리집에 이런 저런 일을 봐 준지도 십 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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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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