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삐 / 김장배
2021년 신라문학 대상 지게를 멘 토우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등 뒤엔 커다란 항아리가 얹혀 있다. 둥글게 흘러내리는 얼굴엔 슬쩍 엷은 미소가 번진다. 팔을 뻗고 무릎을 약간 굽힌 채 힘차게 걷는 모습이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같다. 용강동 고분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토우 중 ‘지게를 진 인물상’이다. 지게를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어깨끈이 밀삐다. 평형수가 선박의 균형을 유지하듯 지게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고 무게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잘려 나간 토우의 왼쪽 팔은 필시 밀삐를 단단히 움켜쥐었으리라. 시골의 삶은 다들 척박했다. 논밭이 적었고 그마저 땅 힘이 약해 많은 사람이 풀뿌리죽으로 끼니를 때웠다. 더벅머리 같은 초가지붕 아래 아이들은 왜 그리 줄줄이 많은지. 뉘 집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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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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